중고차 플랫폼 헤이딜러가 열화상 AI로 진단한 인증중고차 1만 5236대 가운데 5823대에서 성능기록부에 없는 수리 흔적이 확인됐다. 진단한 차의 38%에 해당한다.

헤이딜러는 올해 1월부터 9월 초까지 진단 장비 ‘헤이딜러 아이’를 시범 운영했다. 열화상 카메라를 단 로봇 팔이 차를 면 단위로 훑고, 그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도색과 판금 자국을 이미지로 바꿔 보여주는 방식이다. 차 한 대를 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2분 안쪽이고, 하루에 최대 160대를 처리한다.

성능기록부는 중고차를 살 때 상태를 판단하는 사실상 유일한 공식 문서다. 열에 넷 가까이가 그 문서만으로는 실제 상태를 알 수 없었다는 뜻이 된다. 한 대는 서류상 수리 이력이 전혀 없었는데도 열 곳 넘는 부위에서 도색 자국이 나왔다.

절반은 기록 자체가 아예 없었다

열화상 AI 진단 결과 요약
열화상 AI 진단 결과 요약 / 그래픽=카인사이트

5823대는 성격이 둘로 갈린다. 2792대는 성능기록부에 도색이나 판금 이력이 아예 적혀 있지 않았는데 흔적이 발견된 경우다. 나머지 3031대는 일부 수리 이력은 적혀 있었지만 기록에 없는 부위에서 추가로 자국이 확인된 경우다. 앞쪽은 무사고로 알고 산 차가 실제로는 손을 댄 차였다는 의미여서 문제가 더 크다.

진단 결과는 두 종류의 이미지로 나온다. 컬러 이미지는 표면의 도색과 코팅 상태를, 흑백 이미지는 그 안쪽 철판의 판금과 퍼티 여부를 드러낸다. 겉으로는 티가 나지 않게 다듬은 부위도 열을 머금고 내보내는 정도가 달라 구분된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분석 결과는 매물 정보에 함께 올라가 구매자가 차를 보러 가기 전에 확인할 수 있다.

성능기록부는 69개 항목을 본다

미표기 5823대의 내역
미표기 5823대의 내역 / 그래픽=카인사이트

성능·상태점검기록부는 매매상사를 통해 파는 중고차라면 반드시 붙어야 하는 서류다. 주행거리와 불법 구조변경 여부, 주요 골격과 외판의 판금·용접·교환 이력, 엔진과 변속기, 동력전달장치, 조향, 제동, 전기장치까지 모두 69개 항목을 점검해 적게 돼 있다. 이 서류가 없으면 국토교통부가 판매 자체를 허가하지 않는다.

문제는 점검이 오랫동안 사람의 눈과 손에 의존해 왔다는 점이다. 잘 다듬은 도색이나 얇게 편 퍼티는 육안으로 걸러 내기가 쉽지 않다. 이번에 확인된 5823대에는 점검자가 일부러 빠뜨린 사례와 실제로 보지 못한 사례가 섞여 있을 수 있다. 다만 어느 쪽이든 구매자가 받아 든 서류와 차의 실제 상태가 달랐다는 사실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

보증은 30일, 책임은 그 뒤에도 남는다

보증 기간과 처벌 규정
보증 기간과 처벌 규정 / 그래픽=카인사이트

서류와 실제가 다를 때 쓸 수 있는 장치는 정해져 있다. 보증 기간은 차를 넘겨받은 날부터 30일 또는 주행거리 2000km 가운데 먼저 오는 쪽까지다. 이 기간 안이라면 성능점검 책임보험으로 수리비를 청구할 수 있다.

기간이 지났더라도 허위 기재나 미고지가 확인되면 매매업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물을 수 있으므로, 계약서와 기록부는 따로 보관해 두는 편이 좋다.

처벌 규정도 마련돼 있다. 성능·상태를 점검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점검해 알린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고, 매매업 등록이 취소되거나 최장 6개월 영업이 정지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수치가 나온 만큼, 서류 한 장에만 기대지 말고 진단 이미지나 제조사 정비 이력을 함께 확인하라는 조언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