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이 대형 미니밴 엘그란드를 16년 만에 완전변경해 일본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정식 발매 전에 받은 선행 계약만 6000대를 넘겼다.
엘그란드는 1997년 처음 나온 닛산의 최상급 미니밴이다. 3세대 E52형이 2010년에 등장한 뒤로는 부분변경만 거듭하며 16년을 버텼고, 그사이 토요타 알파드와 벨파이어가 일본 대형 미니밴 시장을 사실상 독점했다. 이번 4세대 E53형은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차체부터 동력계까지 전부 새로 짠 모델이다.
그릴 무늬를 일본 전통 기법에서 가져왔다

디자인은 닛산이 ‘재패니즈 퓨처리즘’이라고 부르는 방향을 따랐다. 앞모습을 가득 채운 격자무늬 그릴은 못을 쓰지 않고 나무를 짜 맞추는 일본 전통 기법 ‘쿠미코’에서 따왔고, 주간주행등이 그릴 위를 가로질러 차폭을 넓어 보이게 만든다. 뒷모습도 좌우를 잇는 일자형 램프로 정리해 덩치에 비해 단정한 인상을 남겼다.
덩치도 함께 커졌다. 길이 4995mm, 너비 1895mm, 높이 1975mm에 휠베이스는 3000mm다. 구형과 견주면 길이가 30mm, 너비가 45mm 늘었고, 특히 높이가 160mm나 올라가 실내 개방감이 달라졌다.
엔진은 바퀴를 굴리지 않는다

신형 엘그란드에는 가솔린 단독 모델이 없다. 두 등급 모두 3세대 e-POWER와 전기식 사륜구동 e-4ORCE를 기본으로 달았고, 앞바퀴만 굴리는 2WD는 선택지에서 빠졌다.
새로 개발한 ZR15DDTe 1.5L 직렬 3기통 터보 엔진은 바퀴와 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이 엔진이 하는 일은 전기를 만드는 것뿐이고, 차를 움직이는 것은 언제나 모터다. 발전에만 전념하는 덕에 효율이 좋은 회전 영역만 골라 쓸 수 있어, 닛산은 이 엔진의 열효율이 42%에 이른다고 밝혔다.
모터와 발전기, 인버터, 감속기, 증속기를 하나로 묶은 5-in-1 유닛도 새로 들어갔다. 시스템 출력은 340마력, 시스템 토크는 500Nm(51.0kgf·m)를 넘어선다. 알파드 하이브리드의 250마력과는 90마력 차이가 난다.
14.3인치 화면 두 장에 스피커 22개

좌석은 다리받침이 달린 2열 독립식을 포함한 2+2+3 배열의 7인승 한 가지다. 실내는 합성가죽과 우드그레인으로 마감했다.
계기판과 중앙 화면 자리에는 14.3인치 디스플레이 두 장을 나란히 붙였다. 닛산이 일본에서 파는 차 가운데 처음이다. 64가지 색을 내는 실내등과 22개 스피커짜리 보스 오디오를 더했고, 뒷좌석 전용 화면도 선택할 수 있다. 운전 보조는 최신 프로파일럿 2.0으로, 시속 50km 아래에서 운전대를 놓고 달리는 기능과 차선 변경 지원이 함께 들어간다.
가격은 X e-4ORCE 689만 7000엔, G e-4ORCE 757만 9000엔이다. 알파드보다 비싼 가격표지만, 닛산은 전 모델 사륜구동과 340마력대 동력계를 기본으로 얹어 이를 정당화했다. 앞뒤 모터가 토크를 나눠 쓰면서 가속과 감속 때 차체가 들썩이는 움직임을 줄였다는 점도 함께 내세웠다.
다만 국내 소비자가 이 차를 만날 길은 당분간 없다. 닛산은 신형 엘그란드를 일본 시장 전용으로 내놨고, 오른쪽 운전대 모델의 수출 계획도 밝히지 않았다. 기아 카니발과 중국 덴자 D9, 지커 009가 각축을 벌이는 아시아 대형 미니밴 시장에서 닛산이 언제 다시 국경을 넘을지가 관전 포인트로 남았다.